2009년 6월 18일 목요일

경찰이 사실을 숨겨줄 것을 요구했다 - 매경뉴스

알고도 덮은`최후의 25분`진실은?
盧 전대통령 경호관, 정토원장에게 고백 사실 밝혀져…盧 전대통령 한동안 응급상태 방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 당시 경호관인 이병춘 경호과장이 사건 다음날인 24일 노 전 대통령의 지인에게 괴로워하며 "대통령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내용의 `고백`을 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지인은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 알렸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진규 정토원장(75)은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 "사건 발생 다음날인 24일 이 경호관이 전화를 걸어와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을 선 원장은 24일 봉하마을에서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을 만나 이야기했다. 이는 지금까지 수사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다.

선 원장에 따르면 사건 당시 부엉이바위에서 노 전 대통령이 "정토원장 계시는지 확인해 봐라"고 지시했고 이 경호관이 "모셔올까요"라고 묻자 "그건 됐고 그냥 확인만 해라"고 재차 지시해 이 경호관이 정토원으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이 경호관은 이 같은 사실을 사건 다음날인 24일 선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백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선 원장이 바로 경찰에 알렸으나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당분간 숨겨줄 것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선 원장은 "경찰에 `언론에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종합수사 결과 발표 때까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호관의 진술 번복이 있기 전까지 노 전 대통령과 경호관이 함께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경찰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경찰이 선 원장의 제보를 받고도 왜 이 같은 사실을 숨겼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이 경호관이 대통령 심부름을 받고 출발한 시간이 오전 6시 14분께부터 이 경호관이 사저에 있는 또 다른 경호관에게 노 전 대통령의 추락을 확인하고 차를 대기시키라고 전화한 시간이 6시 45분이므로 31분간 경호를 받지 않고 홀로 계셨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남경찰청은 27일 2차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6시 10분께 부엉이바위 정상에 도착해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 부엉이가 사나` `담배 있느냐` 등을 묻고는 `정토사에 선법사가 있는지 보고 오지`라고 했고 `모셔올까요`라고 묻자 `아니, 그냥 확인만 해봐라`고 해 바로 정토원으로 뛰어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경호관이 정토원을 들러 부엉이바위로 돌아오니 노 전 대통령이 이미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한동안 응급상태에서 혼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이 경호관이 진술을 번복하기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청 관계자는 "이운우 청장이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제보까지 받고도 이처럼 중요한 사실을 숨기려 했는지에 대한 해명은 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경찰 태도도 의문스럽다. 경찰은 장례 이전에 이 경호관을 대동한 현장 검증을 전혀 하지 않았고 수사 결과 발표도 장례 이후로 미뤘다. 애초 유서 발견에 따라 `자살`로 결론 내리고도 굳이 일주일씩이나 끌며 현장 검증과 수사 결과 발표를 미룬 데는 말 못할 사정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놓쳤다. 사라졌다" 등 사건 발생 직후 무전 기록 내용도 사건이 발생한 지 3일이 지난 이후에야 확보해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 있느냐" "가져올까요" 등 노 전 대통령과 이 경호관이 나눈 대화의 실제 유무도 의문투성이다. 고위직 경호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는 한 경호 관계자는 "경호원이 그런 상황에서 `가져올까요`라고 답할 가능성은 없다"며 "경호 업무자는 휴대폰처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어 상식적이라면 `가져오라고 할까요`라고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사건이 확산되자 "전직 대통령 경호팀은 형식과 직제상만 경호처에 속해 전혀 별개로 움직인다"고 밝혔다.
[김해 = 이지용 기자 / 곽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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